정역의 저자 일부 김항과 정역 사상의 형성
정역(正易)은 조선 말기의 역학자 일부 김항(金恒, 1826~1898)이 정립한 역학 사상이다.
김항은 기존의 『주역(周易)』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선천과 후천의 변화 원리를 새롭게 설명하는 체계를 제시하였다.
그는 조선 말기 역학 사상의 중요한 인물로 평가되며, 그의 사상은 이후 한국의 역학 전통과 종교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부 김항의 생애
정역의 저자인 김항의 본관은 광산 김씨이며, 자는 도심(道心), 호는 **일부(一夫)**이다.
그는 충청남도 논산시 양촌면(陽村)에서 태어나 같은 지역에서 생을 마쳤다.
김항이 본격적으로 정역 연구에 들어간 것은 36세 때(1861년)였다.
그는 논산 양촌의 모촌 마을에 은거하고 있던 학자 이운규(李雲圭)를 찾아가 그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학문적 기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항은 어려서부터 사서삼경을 비롯한 유학 경전을 깊이 공부하였으며, 이미 인근 지역에서 학문으로 이름이 알려질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스승 이운규와 학문적 계통
김항의 스승이었던 이운규(李雲圭)에 대해서는 기록이 많지 않아 생애가 자세히 전해지지는 않는다.
출생 연도나 관직 여부 등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기록이 존재한다.
다만 그는 『주역』과 역학, 유학 경전에 깊은 이해를 지닌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기록에서는 실학자 이서구(李書九)의 학문적 계통과 관련이 있는 인물로도 전해진다.
이서구는 정조 시대의 학자로 과거에 급제하여 감사 벼슬까지 지냈으며, 북학파와 관련된 실학 사상을 연구한 인물이다.
다만 이운규가 이서구의 직접 제자였다고 보기보다는 그의 학문을 존중하고 계승한 인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항이 받은 화두, ‘영동천심월’
김항이 이운규에게서 받은 가장 중요한 화두는 "영동천심월(影動天心月)"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천심월의 그림자가 움직인다”는 뜻이다.
정역에서는 이 개념을 통해 선천과 후천의 변화 원리를 설명한다.
여기서 천심월은 선천의 달을 의미한다.
정역에서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를 선천의 달정사로 보며 이를 천심월이라 한다.
반면 보름 이후 16일부터는 후천의 달정사가 시작되며, 이때의 달을 황심월이라고 한다.
따라서 “천심월의 그림자가 움직인다”는 말은
선천의 달이 후천의 달로 넘어가는 변화를 의미하며,
이는 곧 우주 질서의 전환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달의 변화로 설명하는 선후천 원리
정역에서는 달의 변화 과정을 통해 선후천의 질서를 설명한다.
선천의 달정사는 초생달에서 시작하여 점차 커져 보름달에 이르는 과정이다.
반면 후천의 달정사는 보름에 가까운 상태에서 시작하여 점차 작아져 그믐달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달의 변화는 단순한 천문 현상이 아니라,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질서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된다.
금화교역과 우주의 질서 변화
정역에서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금화교역(金火交易)"이다.
금화교역은 금(金)과 화(火)의 자리가 서로 바뀌는 원리를 의미하며,
이 과정을 통해 선천과 후천의 질서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금화교역은 자연 세계의 변화와 연결되며,
건곤의 자리 변화 속에서 우주 질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고 이해된다.


시간 질서의 변화: 간지도수와 역법
정역에서는 선후천의 변화가 시간 체계의 변화와도 관련된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것이 간지도수, 즉 천간과 지지를 합친 육십갑자 체계이다.
정역에서는
- 선천의 간지도수는 갑(甲)에서 시작하고
- 후천의 간지도수는 자(子)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역법 역시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 요임금 시대에는 1년을 366일로 보았고
- 순임금 시대에는 365일과 4분의 1로 계산하였다.
- 공자는 이를 360일 체계로 설명했다고 전해진다.
김항은 정역에서 새로운 역법을 제시하며 이를 원력(元曆) 또는 원역이라고 하였다.
이 역법에서는 1년의 지수를 375일로 설명하고, 여기에서 15를 천공하면 다시 360일의 질서가 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설명은 선후천 변화 속에서 시간 질서 역시 변화한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자연 변화와 인간 세계의 변화
정역에서는 자연 세계뿐 아니라 인간 사회의 질서 변화도 함께 설명한다.
예를 들어 낙서(洛書)의 수 체계는 1에서 9까지의 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양수가 다섯이고 음수가 네 개로 구성된 불균형 구조를 가진다.
정역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선천 세계의 특징으로 이해하며, 대립과 갈등이 나타나는 질서로 설명한다.
반면 하도(河圖)는 1에서 10까지의 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음양이 각각 다섯씩 배치되는 균형 구조를 가진다.
정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선천의 불균형 질서에서
후천의 조화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정역의 완성
김항은 스승에게 받은 화두를 중심으로 약 30여 년 동안 역학 연구를 계속하였다.
그 결과
- 54세 무렵 : 정역팔괘도 완성
- 56세(1881년) : 대역서 완성
이후 정역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여
- 59세(1884년) : 십오일언과 무위시 완성
- 60세(1885년) : 정역시, 포도시, 십일일언 완성
정역의 체계가 거의 완성되었다.
김항은 이후 고향에서 학문 연구를 계속하다가
1898년 향년 73세로 생을 마쳤다.
정역의 구성
정역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대역서
정역의 서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 대역서(大易序)
- 일부사실(一夫事實)
- 일부사적(一夫事蹟)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김항의 생애와 학문적 배경이 설명되어 있다.
2. 십오일언 (상편)
정역의 핵심 이론이 담긴 부분이다.
여기에는
- 금화일송
- 금화이송
- 금화삼송
- 금화사송
- 금화오송
등의 글을 중심으로 금화교역과 선후천 변화의 원리가 설명되어 있다.
또한
- 주천 도수
- 황극 도수
- 월극·일극 도수
- 이십팔수 운기
- 선후천 정운 도수
등 우주 질서와 시간 구조에 대한 다양한 도수 체계가 포함되어 있다.
3. 십일일언 (하편)
정역의 수리 체계와 역수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 낙서 구궁 생성수
- 하도 팔괘 생성수
- 삼오착종 삼원수
- 구이착종 오원수
등 하도와 낙서의 수리 구조가 설명된다.
또한 후천 시대의 새로운 책력 체계로 제시되는
십이월 이십사절 기후도수가 마지막에 제시된다.
정역 사상의 핵심
정역 사상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금화교역(金火交易)을 통해 선천의 질서가 후천의 질서로 전환된다.
이 변화 속에서 자연 세계와 인간 세계는
대립과 갈등의 질서에서 벗어나 조화와 균형의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게 된다.
이것이 정역이 설명하는 우주 변화의 핵심 원리이다.
위 글은 김재홍 저 『정역과 산책』과 STB 상생방송에서 방영한
「정역과 산책 1강 : 정역의 저자와 연원」 강의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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